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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과목 중 고급컴퓨터공학세미나라는 과목이 있다.

IT 관련 세미나에 12번 참여하는 것을 독려하는 Pass형 과목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IT Leadership Seminar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 세미나는 카카오 공동 창업멤버이기도 한 박용후 씨가 발표를 맡았다.

발표를 들으면서, 발표의 내용을 랩탑으로 메모하였는데, 핵심적인 멘트를 중심으로 정리를 해보았다.


1. 저는 Perspective Designer입니다.

Perspective Designer라는 말을 처음 들었기에 생소했다.

관점 디자이너? 관점을 어떻게 디자인 한다는 것일까? 몇 가지 예를 들어주셨는데

가장 내게 와닿은 비유는 미장원 / 헤어 아티스트 의 차이였다.

어떻게 보면 별것도 아닌 것을 '포장'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간단한 단어 치환으로도 관점의 디자인이 가능하다. 실제로 헤어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미용사들이 더욱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적있다. 당연히 수익은 따라올 것이다.

거북이와 토끼의 예시도 있었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기 위해서 어떤 생각을 해야하는가?

속도가 느리니 달리기 연습을 한다? 틀렸다. 토끼를 물고 물에 들어가버리면 된다.


2. 틀린 질문하니 맞는 답변이 나올 일이 없지 않냐

영화 올드보이 중에서 "틀린 질문하니 맞는 답변이 나올 일이 없지 않냐" 라는 대사를 인용하였는데 이말인 즉슨 당장 문제가 주어졌을 때 관성적으로 답을 구하려는 습관을 버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한 질문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라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 상당히 공감한다. 특히 비지니스, 인간관계 등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접할 수 있는 많은 실전적인 문제들은 솔루션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솔루션이 없는 문제를 그 상황에 기반하여 최적의 결정을 내려야 하며, 결정으로 말미암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

경험적으로 그런 많은 상황에서 일반적인 해법은 선행 결과에 기반한 추론, 선배의 조언, 검색, 독서 정도가 있다. 또한, 일의 사실 관계를 명확히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이 결정할 것이 아닌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가능성이 높다.


3. 전제와 가정을 잘해야 좋은 질문이 가능하다.

전제와 가정이라는 것은 결국 질문하는 사람의 '관점'이다. 

극우 일본인이 한국인과 역사를 놓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까?

애초에 대화를 하기 위한 전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그 대화를 시작할 준비도 안되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전제를 잘 정하기 위해서 우리는 일관된 기준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박용후 씨는 어떤 기업이 사업에 관한 조언을 얻고자하면 일관되게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어떤 습관이 어떻게 바뀔까?" "사람들은 습관처럼 저 짓을 하게 될까?"


4. 습관

결국 혁신은 습관을 바꾸는데서 시작한다.

발표하면서 한자를 많이 사용하셨는데 가장 그 활용이 타당하다고 느낀 부분이다.

습관은 익힐 습 + 익숙할 관으로 즉, 익히고 그것이 익숙하게 되면 습관이다.

어떤 제품이 곧 습관이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 제품의 사용에 대해 익히고 그것이 익숙해서 떼어놓고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어떻게 사용자에게 상품을 습관화 시킬 수 있는가?

간단하다. '습'을 쉽고 간편하게 하면된다. 어린아이도 단 한 번만 사용하면 잊어버릴 수 없도록 간편하고, 쉽게 그리고 유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마존의 여러가지 실험적인 서비스들을 예시로 보여주셨다.


5. 핵심가치와 Context의 중요성

공대생 또는 연구자들은 너무 기술에 몰두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망각할 수가 있다고 한다.

자칫하면 이런 부분이 기획과 경영이 중요하냐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결단력이 중요하냐를 단편적으로 저울에 올려보는 실수를 범하게 할 수 있기에 잠시 나의 생각을 정리하자면, 나는 두 가지가 제대로 양립해야만 '옳다'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기술? 뭐 그거 필요하면 돈줘서 부리면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사실 그러한 생각들이 "틀린 주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런 가벼운 생각으로는 계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고 믿는다. 비지니스는 결국 사람과 사람의 일이고, 관계는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최근 내가 독서 중인 '코딩 호러의 이펙티브 프로그래밍'이라는 책의 저자 제프 앳우드는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라도 실행력있는 팀의 실행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음을 역설하고 있다.

어떠한 가치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닥치는 대로 기존의 상품에 기능을 마구잡이식으로 추가하는 것이 방도일까? mp3는 음악을 듣기 위한 장치이다.

그 상품이 무엇을 하기 위한 목적이고, 어떠한 흐름으로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지 파악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당연한 것을 많은 사람들은 실제 상황에서 떠올리지 못하거나 떠올리지 않는다.



최근 알파고를 통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순간적으로 폭증하였다. 구글에서는 인공지능 인재를 마구잡이식으로 기용하는 추세라는 글도 보인다. 

박용후 씨는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지금은 당연하지 않지만 미래에는 당연해질 일을 찾는 것이라고 하였다. 미래에 당연해질 일이 과연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 종말일지는 모르겠다.

이러한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질문을 던져야 할까?

잘은 모르겠지만, 질문을 던지지 않는 자가 보다 쉽게 도태될 수 있다는 사실만은 자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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