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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요양 포스팅을 어떻게든 쓴 후 쓰러진 지 열흘이 좀 더 넘은 시점.


저번에 요양을 했던 이유는 요약하자면 어차피 우선순위가 높아질 일을 먼저 끝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가 조교를 하면서 가상의 회사 일을 체험했을 때 그 때는 모든 일을 constant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정말 아주 가끔 건망증이 도졌을 때 이외에는 일을 말끔하게 처리하고 나의 일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일의 분리라는 것이 학습과 연구가 되는 시점에서 참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두 속성 이외에도 여러가지 변수가 추가되었기 때문에 이것을 모두 분리해서 스케줄링하려는 노력 자체가 상당한 bottleneck이 된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최근에 일을 분리하면서 잘 '관리'하기 위해서 구글 문서를 통해서 하루에 해야할 일을 리스트 업하고 스케줄링 하였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물론 '뿌듯함'과 '오늘하루도 성실하게 살았다'라는 자위감을 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만족해왔지만 실상은 효율성을 저해하는 행위였다니 안타깝다.


이것을 깨달은 것이 저번 주 정도이다.

가능한 탐욕적으로 우선순위라고 칭할 만한 과제들을 0순위로 놓고 계속적으로 주시하면서 그때 그때 부차적인 일들을 한다. 사실 어려울 것 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름 내가 존경하는 연구실 분들의 모습을 관찰하면 대부분 이렇게 일을 처리하고 계셨다. 사실 이렇게 동작하는 것이 인간에게 가장 편하고 무리를 주지 않는 일처리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계속적인 질병을 통해서 한 고등학교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의 가장 중요한 스케줄링 상 차이를 찾아보자면,

한 가지는 '멀티태스킹은 환상이다' 라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편한 것이 최고다'라는 것이다.

일이 많으면 그것을 '병렬처리'하려고 하지 말고, 일의 단위를 조금 작게 해서 순차처리해야된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다. 정말 특이한 케이스을 제외하고는(2시간이 넘게 걸리는 실험을 돌려놓고 다른 과제를 처리한다 등) 말이다. 백그라운드니, 페럴리즘이니.. 그런 건 인간에게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


또 다른 하나는 편한 것이 최고다라는 것인데, 결국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이 최고라고 본다. 어느 정도 성장한 인간은 자신의 선택으로 방향을 결정하는 것에 점점 익숙해진다. 그러한 선택의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바로 convenience 라고 생각한다. 결정적이고 궁극적이다. 



또 다른 주제로..

근 2주간은 약간 마음적으로 신경쓰일 일이 많았다.

그래서 지하철 이동하면서, 버스로 이동하면서 시간을 내서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었다. 아직 조금 남았다.

아들러 심리학을 대화로 풀어낸 것인데, 너무도 마음에 든다. 내가 지향하려는 부분이다.

원인론이 아닌 목적론으로 모든 것을 풀어내는데 다분히 미래지향적이며 자유주의를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더욱이 놀라왔던 것은 내가 스트레스가 다분히 많았던 12~1월 경청하였던 법륜스님의 말씀들과도 상당히 부합되었다는 점이다.


가끔 가시돋친 말에, 가시가 돋친 것 같이 느껴지는 말에 마음이 상해서 그 일에 대해 미친듯이 골몰을 하고 나면 허무할 때가 있었다. 왜 그렇게 얘기를 해야만 했을까, 아 앞뒤 안가리고 맞받아쳐서 끝장을 봤어야 했나 라는 생각들.

하지만, 모든 조언들은 그런 것에 신경쓸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그냥 현재를 자신이 보는 그대로 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그런 말들이 인간관계를 이루어가는 토대인 것 처럼 생각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런 말을 하는 자들은 그런 자들이다. 신경이 쓰일 수 있겠지. 하지만, 타협이 안되는 경우 배제하면 되지, 골몰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원칙이고 그것에 휘둘리는 것은 정말 trivial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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