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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만능주의에 혹하기 쉽다.

A라는 기술을 개발한 사람 또는 그 기술에 대한 신봉자들은 A라는 기술을 적용하면 Performance가 극대화된다! 그러니 이 기술을 써라! 라고 연구, 개발한 성과를 소개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기술이 '보편적 진리'에 가깝지 않은 이상 성능 증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그렇게 주장한 만능 기술이 진시황이 찾던 불로장수의 약처럼 허상일 때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적용군이 심하게 제약되어있기에 범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여 제대로 된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경우 슬프게도 기존의 인프라 또는 아키텍처를 변혁하기 위해 너무도 많은 손실이 있는 경우 '이상적인 솔루션'이라며 받아들여지지 못하기도 한다.

어쩌면 만능이라는 것은 유리 조각이 잔뜩 섞인 꿀 항아리일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에 좋은 글을 페이스북에서 보게되어 인쇄하여 등교길에 읽어보았다.

이슈트래커는 두 번 찌른다. 라는 브런치라는 웹 매거진에 게시된 글이었다. 

(링크 : https://brunch.co.kr/@roasterkay/12)

소프트웨어를 제조하는 많은 기업은 프로젝트를 공학적으로 일리있는 프로세스에 의해 잘 관리하기 원한다.

잘 관리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사람들끼리 어떻게 협업하고, 일한 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며 그에 따른 아웃풋이 잘 나오는가에 대한 것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너도나도 채택하는 '애자일 방법론' 이라는 것이 있다.


애자일은 참 그럴듯하다.

어떤 상품을 개발할 때 종래의 단순한 프로세스들은 큰 coarse job을 task단위로 잘게 나누어서 일을 정하고 그것을 잘 분업해서 데드라인까지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반면에 애자일은 그러한 데드라인을 여러번 두면서 작은 성공을 점진적으로 할 수 있게하고 그만큼 관리자가 중간에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주는 방식이다.

관리자는 github의 commit로그를 확인하면서 이 사람이 이 기간동안 커밋을 몇 번 했고 몇 라인의 일을 했으며, 어떤 이슈를 이슈트래커에 등록했는지 이전보다 더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얻는다.

이렇기에 관리자는 '애자일은 만능이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럴듯하다(plausible) 라는 것은 다시말해 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deception)이다. 

'애자일은 만능이다'라는 오해는 인간의 속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다.

매거진의 저자는 이를 '현대 산업의 속성을 애덤 스미스 시대의 도그마로 재단하려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하는 일은 100% 사람에 관련된 것이다.

동물병원은 동물을 위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어떻게 보면 그렇지만, 동물이 동물의 의지로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친 동물을 보고 마음이 아픈 동물 단체 회원, 동물 주인 등 사람이 반드시 개입될 수 밖에 없다. 동물원 사육사는 동물을 사육한다고? 동물원이 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사람이 사람에 관련된 일을 하면 반드시 협의를 하고 대화를 거치게 된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판단을 하게 된다.

한 프로젝트에 속한 팀원들도 서로 다른 가치와 방향성을 가지고 일을 한다.

그렇다면 당장 커다란 일을 조각내서 직원에게 던지기 전에 해야할 일은 '애자일이 만능이니까 다 알아서 해줄꺼야'라는 신념을 다독이는 일일까?

그보다, 선행되야하는 것은 사람의 속성을 이해하는 일이다. 사람은 편한 것을 좋아한다.  사람은 적게 일하고 많이 가지고 싶어한다. 시스템의 규율을 지키면서 최대한의 효율을 내고 싶어한다.

이슈 트래커, 커밋 로그를 고가에 반영한다는 소식이 들어오자마자 이슈를 던지는 행위, 커밋 로그를 잘 작성하는 행위는 목적을 갖게 되고 더 나아가 질적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Fast-Fail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잘 알고있다. 하지만 왜 현실에서는 그럴듯하게 진행되다가 프로젝트 마무리 직전에 많은 문제가 한꺼번에 폭발하는가? 결국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비단 애자일뿐만 아니라 모든 이상적인 솔루션은 경계될 필요가 있다.

가치는 항상 주관적이다. 솔루션이 있을 때 현재의 상황에 합당한지 관찰하기 위해선 관리자적 안목도 중요하지만 그 일을 구성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관점을 바꾸어보는 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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