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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페이스북에서 '프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라는 글을 봤다. 

나는 평소에 질문을 꽤나 하는 편이다. 물론 먼저 생각해보고 찾아보긴 한다. 하지만 질문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 왠만하면 질문을 잘 정리해서 빨리 질문하자는 주의다.

난 특히 대학에 진학해서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었던 것 같다. 대학의 교수님들은 질문을 하겠다하면 절대 막지 않았다.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질문을 드렸을 때 교수님 별로 스타일이 여러가지였다.

2013년 초 군대를 전역하면서 인생의 방향을 놓고 고민할 때 혼자서는 정말 답이 없겠다 싶어서 학과 교수님 여섯 분께 상담을 요청하여 찾아다녔던 적이 있다.

1) 어떤 교수님은 그야말로 기술적 조언의 집약체였다. 공부는 이렇게 해야되는거에요. 취업할 때 이거 모르면 무식한거에요. 이력서 지금 당장 쓰셔야 합니다. 대학원은 잘 생각해보세요.

2) 경험적인 조언을 주시는 교수님도 계셨다. 시장의 흐름이 이렇고, 타과로의 진학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여건을 고려해서 생각해보라.

3) 어떤 교수님은 혼을 내시기도 하였다. 현실을 보고 정확히 너가 뭐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는지 충분한 고민을 해라. 넌 어떤 점이 부족한 것 같다.(다분히 테크닉적인 이슈였다)

이 세 가지 케이스의 조언들은 당연하게도 모두 도움이 되었다.

1) 은 기술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을 전체적으로 확장시켜주었고, 2)은 인생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나를 관망할 수 있게 해주었고 마지막 3)은 '나는 하고자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걸 보여주고 싶어서 독하게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질문들이 결과적으로 당장 주어진 일의 효율을 지수적으로 증가시키며 그게 아웃풋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효율적으로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질문을 하는 것은 항상 옳다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나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서인지 의문이 먼저 들었다. 질문하지 않는 자가 성장할 수 있나?

'모르는 것을 창피해하지 말고 누구에게든 물어라'라는 것을 진리처럼 여기면서 질문을 해왔는데, 질문하는 행위가 프로답지 못하다니!

어떻게 생각해보면 사실 프로가 아니긴 하다. 최근에 개발자 직군 취급표를 봤는데 만약 석사 졸업하면 초급2라고 한다. 한 고급은 되야 프로아닌가, 그러면 난 아직 한참 면죄부가 있는건가..? 

하지만 정말 내가 계속 공부하는 이유는 프로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면죄부라니 안일하다.


최근의 나 자신을 조금 성찰해본 결과 점점 질문의 횟수가 줄어들기는 커녕 늘어만 가고 있다. 물론 내가 정말 안해본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을 스스로 처리하는 비율을 점차 늘려가지 않는다면 질문을 받아줄 사람이 없을 때 문제를 쉽게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효율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그런 두려움이 갑자기 문득 들면서, 아무리 초보더라도 그리고 조금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자신이 스스로 해결하는 비율을 늘리는 것이 검색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늘려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다. 내가 모두 파악하고 해볼만큼 해본 부분에 대한 확실한 나의 의견이 세워졌을 때 질문을 하는 것이다. 경험상 나의 의견이 어느정도 세워진 부분에 대해 조언을 받을 때 확실히 효과가 좋았다.

조언을 받다보면, 내가 문제를 어느정도 이해하거나 알게되었는지에 대해 긍정적인 컨펌을 받을 때도 있다. 싸워서 적의 공수부대를 조금씩 격파하는 통쾌미가 있는 부분이고.. 내가 완전 헛다리 짚은 부분에 대해서 철저히 인정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지 반성해야될 때도 있다. 내가 세운 성벽이 붕괴될 때의 붕괴미(?)가 있는 부분이다.

가뜩이나 얼마전에 프레젠테이션 문제해결법, 고무오리 문제해결법을 논해놓고서는 이런 다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이론의 적용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짐하면 일주일은 가니까.. 중간고사 시험기간까지 해서 쭉 적용해보고 이후 리뷰를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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