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는 만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다.

내가 본 만화를 거의 셀 수 있을 정도의 레벨이다.


그런 나를 최근 거의 오덕으로 만든 만화가 원펀맨 그리고 이 암살 교실이다.

암살 교실은 초생물인 살선생과 그 선생을 죽이기 위해 암살 교육을 받는 제자들간의 스토리를 그린다.

살선생은 학생들이 봉착한 문제상황에 대해 교훈과 깨달음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조언을 마련하고 실제로 해결한다. 학생들은 그러한 조언에 감화받고 성장한다.

그래 나는 이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라고 읽는 내내 생각하였다.


< 소오 난 데스 나기사쿤 >


내가 선생님의 꿈을 가진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이다.

당시 수학을 정말 좋아했다. 시간을 들인만큼 그대로 성적이 잘 나와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친구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줄 기회가 꽤나 있었다.

이 때 남을 가르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기가 되었던 일이 있다. 

중3이었는데, 당시 친했던 친구 중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려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미술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수업을 상당 부분 듣지 않아서 어떤식으로든 보충이 필요했다.

친구집에서 개념원리를 펴놓고 가르치기를 시작하는데 친구가 잘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답답했다. 그냥 하라고 하면 될 것 같아서 몇 부분을 암기할 것을 요청했다.

친구는 뾰루퉁한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번의 교습을 만족과 불만족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끝낸 이후

시간이 흐른 어느날 그 친구는 예고에 합격하였다.

당시 음악시간에는 자유악기시험이라는게 있었다. 나는 7살 때부터 피아노를 쳐왔기에 늘 기다리던 시간이었다. 이미 나는 쇼팽의 즉흥환상곡으로 시험을 나름 만족스럽게 마친 상태였고, 그 친구는 음악시험이 있을 때 시험을 치지 못했기에 단독으로 연주를 하게 되었다.

그 친구의 연주는 쇼팽의 녹턴 일부분이었다. 완곡을 하지는 못했지만, 당시 기억에는 상당히 품격있는 연주였던 것 같다. 특히 트릴을 아주 음악적으로 해내어서 탄성이 나올뻔했다.

이후 어떻게 그렇게 연주했는지 물어보았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그 이후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


역지사지 (易地思之)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한자성어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 사람의 현재 상태만 스냅샷을 떠서 보는건 특히 더더욱 의미가 없다. 오해하기 십상이다.


자신이 아는 일을 남이 알게 하도록 설명하려면, 남이 그 지식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 먼저 알아야한다.

그 과정에 대해 잘 알기위해선 내가 그 지식을 어떻게 취득하였는지 그 과정을 잘 기억하고 가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 교육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통렬한 기억이다.


그 뒤로 대학교에 와서 남에게 지식을 전파할 기회가 많았다.

중학교 수학과외를 시작으로 교내 멘토링, 서울시 동생행복 프로젝트, 각 종 스터디 등

물론 진행하면서도 실패를 다시 답습하는 등 많은 시행착오가 계속되었으나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내 꿈은 그 뒤로 계속 변화하고 있다.

충동적이었던 꿈들은 가끔은 현실적이되었다가 한때는 유토피아를 바라보다 이내 제자리로 돌아온다.

내가 어떤 꿈을 가지고 실제로 어떤 일을 하게되는지에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내 지식을 전달하는 일은 지속적으로  하고싶다.

자의적 의지로 타인에게 조언과 감화를 주는 삶은 분명히 가치롭다.

줄 수 있다면 말이다.


댓글